메인보다 곁들이가 더 맛있었던 집, 다들 하나씩은 있으실 겁니다. 치킨집 무가 자꾸 없어진다거나, 갈비집에서 냉면만 두 그릇 먹었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저는 그게 홍어삼합집에서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김포 구래동 남도술상 구래점입니다. 저희 집이 몇 번을 다녀온 단골집이고, 특히 아버지가 아주 좋아하시는 집입니다. 홍어를 먹으러 가는 집인데도 이 글의 절반은 수육 이야기가 될 겁니다. 그게 이 집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서 그렇습니다.

삼합(三合)은 말 그대로 세 가지를 합친다는 뜻입니다. 홍어회, 돼지 수육, 묵은지. 이걸 한 번에 싸서 먹는 게 정석인데, 처음 보는 분들은 왜 굳이 셋을 겹치는지 의아해하십니다. 각각 따로 먹어도 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이 조합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단점을 지우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는 몸속 요소 성분이 분해되면서 암모니아 계열의 알칼리성 자극이 올라옵니다. 코를 찌른다고들 하는 그 느낌이요. 묵은지는 반대로 오래 유산발효되면서 산도가 높아진 상태이고, 수육의 지방은 그 자극을 물리적으로 감싸 줍니다. 알칼리를 산이 받아치고, 남은 자극은 기름이 완충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셋 중 하나만 빠져도 밸런스가 눈에 띄게 흔들립니다.
실제로 먹어 보면 이 설명이 바로 체감됩니다. 홍어만 한 점 집으면 코끝이 알싸하게 뚫리는데, 여기에 수육을 겹치는 순간 그 뾰족한 끝이 둥글게 눌립니다. 묵은지까지 얹으면 이번엔 지방의 느끼함이 사라지고요. 그래서 삼합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홍어의 등급 하나가 아니라 나머지 둘이 제 몫을 하느냐입니다. 그리고 이 집은 그 나머지 둘이 대단히 강합니다.
접시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간 곳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통깨를 아낌없이 덮어서 냅니다. 얇게 저민 게 아니라 한 점이 제법 두툼하고, 슬라이스 사이로 살코기와 지방층이 층층이 갈라진 결이 그대로 보입니다. 껍질층이 붙은 부위도 섞여 있어서 한 접시 안에서도 씹는 감각이 조금씩 다릅니다.
수육의 성패는 대부분 잡내와 수분에서 갈립니다. 덜 삶으면 냄새가 남고, 오래 삶으면 살이 푸석해져서 씹을 때 입안에서 흩어집니다. 여기 수육은 그 중간 지점을 잘 잡았습니다. 눌렀을 때 육즙이 남아 있는 상태고, 식어도 지방이 뻑뻑하게 굳지 않았습니다. 통깨가 단순한 장식이 아닌 것도 이때 알게 되는데, 씹을 때마다 깨가 같이 터지면서 고소한 향이 한 겹 더 올라옵니다.
그래서 벌어지는 일이 이겁니다. 홍어를 먹으러 왔는데 수육 접시가 먼저 비어 갑니다. 홍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수육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어서요. 저희 테이블은 결국 수육만 따로 집어 먹는 사람과, 그럴 거면 왜 삼합을 시켰냐고 타박하는 사람으로 나뉘었습니다. 이 집을 처음 소개할 때 제가 항상 "수육이 진짜다"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삼합을 시키면 보통 상추 몇 장이 딸려 나오는 정도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 집은 그렇지 않습니다. 접시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야채입니다. 그리고 그게 자리를 채우려고 깐 게 아니라, 각각 쓰임이 있어서 올라온 것들입니다.
구성부터 보겠습니다. 배추속대가 노란 고갱이 부분으로 통째 들어옵니다. 그 옆으로 당근을 얇게 저민 것, 쪽파, 청양고추를 어슷하게 썬 것, 편으로 저민 마늘, 양파, 그리고 적상추와 케일 계열의 잎채소가 깔립니다. 여기에 무말랭이무침이 고춧잎과 섞여 붉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마른 멸치가 담긴 접시가 따로 나옵니다.
왜 상추가 아니라 배추속대가 주인공이냐면, 삼합은 무게가 나가는 쌈이기 때문입니다. 홍어에 수육에 묵은지까지 세 겹을 올리면 상추는 찢어지거나 물러집니다. 배추속대는 그걸 버티면서, 씹을 때 아삭한 소리와 단맛을 같이 냅니다. 잎채소가 아니라 줄기채소를 쓴 게 이 상차림에서 가장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제일 크게 체감되는 것도 이 야채들이 전부 물기 없이 싱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들거나 갈변한 잎이 섞여 있으면 삼합은 바로 티가 나는데, 여기서는 그런 걸 본 기억이 없습니다.

칸이 나뉜 접시에 소스가 세 가지 나옵니다. 초고추장, 고춧가루를 뿌린 새우젓, 그리고 쌈장 계열의 된장입니다. 저는 처음 몇 번은 그냥 초장에만 찍어 먹었는데, 셋을 나눠 쓰기 시작하고 나서 같은 접시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 이 조합으로 | 이유 |
|---|---|
| 홍어 + 새우젓 | 홍어 본연의 향을 가리지 않으면서 감칠맛만 올립니다. 홍어에 자신 있는 분은 이쪽 |
| 홍어 + 초고추장 | 새콤달콤한 맛이 자극을 덮어 줍니다. 홍어가 처음이면 여기서 시작 |
| 수육 + 새우젓 | 보쌈의 정석. 지방을 짠맛이 정리해 줍니다 |
| 수육 + 쌈장 + 편마늘 | 홍어를 잠깐 쉬어 갈 때.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됩니다 |
| 배추속대에 삼합 + 청양고추 | 정석 한 입. 매운맛이 뒷맛을 끊어 줘서 다음 입이 계속 들어갑니다 |
순서에 대해서도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수육을 먼저 드시는 걸 권하지 않습니다. 지방이 입안을 코팅한 상태에서 홍어를 집으면 홍어 특유의 향이 뭉개져서 반쯤 손해를 봅니다. 홍어를 한두 점 먼저 맛보고 기준을 잡은 다음, 그다음부터 삼합으로 가는 편이 훨씬 잘 먹힙니다.

같이 간 일행 중에 홍어가 처음인 분이 있으면, 접시에서 아무거나 집게 두지 마시고 순서를 정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한 접시 안에서도 조각마다 세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조각이 세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살이 두툼하고 색이 옅은 흰 살 부분, 둘째는 분홍에서 자주빛이 도는 부분, 셋째는 오돌토돌한 껍질이 붙어 있거나 연골이 씹히는 부분입니다. 이 집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썰어 내기 때문에 세 종류가 한 접시에 다 들어 있습니다.
처음이신 분은 옅은 흰 살 → 분홍빛 살 → 껍질·연골 순서로 가시면 됩니다. 흰 살은 자극이 가장 약하고 식감도 회에 가깝습니다. 껍질과 연골 쪽이 향도 가장 세고 오독오독한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갈립니다. 첫 점부터 연골을 씹으면 그날로 홍어와 헤어지게 되니, 순서만 지켜 주셔도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첫 점은 반드시 수육과 묵은지를 같이 얹어서 드세요. 홍어 단독으로 시작하는 건 이미 좋아하는 사람의 방식입니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고 처음 오신 분들이 한 번 멈추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삼합류에만 조합이 아홉 가지가 있습니다. 홍어 하나면 될 것 같은데 전복이 붙고 문어가 붙고 갑오징어가 붙으면서 이름이 계속 길어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기본형은 홍어삼합이고, 거기에 해산물을 하나씩 얹어 가는 구조입니다. 문어가 붙으면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추가되고, 갑오징어가 붙으면 단맛과 탄력이 올라갑니다. 전복까지 붙은 것이 가장 무거운 구성이고, 여기에 계절의별미까지 들어가면 VIP스페셜이 됩니다. 코스로 가면 삼합에 탕(민어지리탕 또는 매생이탕)과 서대구이가 따라붙습니다.
| 이런 자리면 | 이 조합 |
|---|---|
| 홍어를 먹으러 온 게 확실한 자리 | 홍어삼합 — 곁가지 없이 수육·묵은지와의 밸런스만 봅니다 |
| 홍어를 못 먹는 사람이 섞여 있는 자리 | 문어+홍어삼합 또는 갑오징어+홍어삼합 — 그분들이 먹을 게 확실히 생깁니다 |
| 홍어가 아예 안 되는 사람만 있는 자리 | 문어+갑오징어삼합 또는 갑오징어삼합 — 홍어 없이도 삼합 구성이 됩니다 |
| 접대·어른 모시는 자리 | 전복이 붙은 조합 또는 코스 — 탕과 서대구이가 같이 나와 상이 채워집니다 |
| 홍어를 깊게 파고 싶은 자리 | 홍어코스 — 삼합에 홍어전·홍어애·홍어애탕까지 이어집니다 |

먼저 미리 아셔야 할 것 하나. 이 집 벽 메뉴판에는 가격이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메뉴명만 쭉 나열되어 있습니다. 저도 사진을 다시 꺼내 보고서야 알았는데, 두 장 모두 금액 표기가 없습니다. 남도술상은 지점이 여러 곳인 체인이고 지점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지점 가격을 여기에 옮겨 적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주문 전에 직원분께 물어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특히 삼합류에 크기 구분이 있는 지점들이 있으니 중·대 구분 여부도 같이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메뉴 구성 자체는 홍어집이라기보다 남도 해산물 전문점에 가깝습니다. 삼합류 아래로 계절메뉴(생굴보쌈·벌교참꼬막·과메기·문어톳쌈), 숙회 및 무침류(문어숙회·간재미회무침·멸치회무침), 탕 및 구이류(민어지리탕·우럭젓국·매생이떡국·서대구이), 조림 및 찜류(갈치조림·병어조림·코다리찜), 계절회 및 샤브(민어회·하모회·새조개샤브샤브), 전류(생굴전·홍어전)까지 이어집니다. 메뉴판 맨 아래에는 초록 글씨로 “저희업소는 쌀, 김치 모두 국내산만을 사용합니다”가 적혀 있고, 갈치조림과 병어조림에는 (국내산)이 따로 병기되어 있습니다.
계절 표기가 붙은 메뉴가 많다는 것도 눈에 띕니다. 가리비탕에 (계절), 삼합 조합에 ‘계절의별미’, 회 분류 자체가 ‘계절회 및 샤브’입니다. 겨울에 가면 굴과 꼬막과 과메기 쪽이, 여름에 가면 하모나 민어 쪽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같은 집을 계절 바꿔 가며 가 볼 이유가 되는 구성입니다.

이 집이 저희 단골이 된 이유는 사실 단순합니다. 아버지가 아주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부모님 세대와 밥을 먹으러 갈 때 홍어삼합집이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술과 안주의 경계가 없어서 천천히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고, 굽거나 끓이는 조리 과정이 없으니 대화가 끊기지 않습니다. 불판 앞에서 고기를 뒤집느라 이야기가 토막 나는 일이 없다는 것, 이게 생각보다 큽니다.
반대로 맞지 않는 자리도 분명합니다. 홍어를 아예 못 드시는 분이 한 명이라도 있는 자리에서 기본 홍어삼합만 시키면 그분은 수육과 야채만 드시게 됩니다. 그래서 위의 조합 표를 넣었습니다. 문어나 갑오징어가 붙은 조합으로 가시면 그분 몫이 확실히 생깁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외식으로는 권하기 어렵고, 조용히 이야기하는 어른 자리나 남도 음식을 아는 손님을 모시는 자리에 훨씬 잘 맞습니다.
첫째, 가격이 어디에도 안 보인다는 점은 처음 오는 손님 입장에서 확실히 불편합니다. 메뉴판만 보고 예산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조합을 고르기 전에 한 번 물어보는 과정이 반드시 생깁니다. 단골이야 익숙해서 그냥 시키지만, 처음이면 이 부분이 살짝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둘째, 2층에 있는 가게라 길에서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골드문프라자 건물 2층 205호인데, 1층 도로면 가게를 찾는 감각으로 가면 그 앞을 지나칩니다. 셋째, 홍어라는 재료 자체가 초대할 사람을 가립니다. 이건 가게의 단점이라기보다 이 음식의 성격이지만, 일행에게 미리 물어보지 않고 데려오면 서로 곤란해집니다.
| 상호 | 남도술상 구래점 |
| 주소 |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9로75번길 24, 골드문프라자 2층 205호 (구래동) |
| 전화 | 031-983-8823 |
| 영업시간 | 13:00 ~ 24:00 |
| 휴무 | 매월 둘째·넷째 일요일 |
| 주차 | 건물 주차장 이용 가능 여부를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방문 전 전화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
| 가격 | 벽 메뉴판에 표기 없음 → 주문 시 확인 |
동선은 구래역에서 도보권입니다. 다만 정확한 소요 시간은 제가 재 보지 않았으니 지도 앱으로 확인하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중요한 건 앞서 말씀드린 2층이라는 점입니다. 건물 외벽 간판을 먼저 찾고 안으로 들어가 올라가시면 됩니다.
시간대에 대해 하나만 덧붙이면, 이날 저희는 오후 5시 반쯤 자리를 잡았습니다. 13시에 문을 여는 집이라 이른 저녁이 가능하고, 메뉴판을 찍은 시각과 상이 다 차려진 시각 사이가 약 11분이었습니다. 불에 올려 익히는 음식이 아니라 손질해서 담아내는 구성이라 상 차려지는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다만 주말 저녁의 혼잡도는 제가 겪어 보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홍어를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가도 되나요. 가셔도 됩니다. 다만 첫 점을 홍어 단독으로 드시지 마시고, 위에 적은 대로 옅은 흰 살에 수육과 묵은지를 같이 얹어서 시작하세요. 그래도 힘드시면 수육과 야채만으로도 한 끼가 됩니다. 이 집은 그게 가능한 집입니다.
일행 중에 홍어를 못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가 조합을 쓰는 자리입니다. 문어나 갑오징어가 붙은 조합으로 가시면 그분이 먹을 게 확실히 생기고, 아예 홍어를 빼고 갑오징어삼합이나 문어+갑오징어삼합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가격이 궁금합니다. 벽 메뉴판에 적혀 있지 않아 제가 옮겨 드릴 숫자가 없습니다. 남도술상은 지점이 여러 곳이고 지점마다 가격이 달라서, 검색으로 나오는 다른 지점 금액을 구래점 가격으로 알고 가시면 어긋납니다. 전화로 물어보시는 게 가장 빠릅니다.
둘이 가도 되나요. 저희는 가족 단위로 다녔습니다. 삼합류에 크기 구분이 있는 지점들이 있으니, 두 분이면 크기 선택이 가능한지를 주문할 때 같이 물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홍어 냄새가 옷에 배나요. 굽는 음식이 아니라서 고기집만큼 배지는 않습니다. 다만 삭힌 향 자체는 있는 음식이라 아주 없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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