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돈까스를 시키면 접시 한쪽에 모닝빵 한 개와 딸기잼 한 봉이 같이 올라옵니다. 저는 이걸 그동안 별생각 없이 처리해 왔습니다. 잼을 발라 먹거나, 배가 부르면 그냥 남겨 두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집은 벽에 모닝빵 먹는 법을 순서까지 그려서 붙여놨습니다. 잼 얘기는 한 줄도 없고, 대신 돈까스를 끼우라고 합니다. 시키는 대로 해 보니 접시에서 제일 마지막에 손대던 물건이 따로 하나의 메뉴가 됐습니다. 이 글은 거기서 시작합니다.

홀 벽면, 브랜드 문구 아래쪽에 A4보다 조금 큰 안내지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제목이 「모닝빵 맛있게 먹기!」이고, 그 밑에 영문으로 How to make pork cutlet burger라고 적혀 있습니다. 단계는 두 개입니다.
Step 1. 「나이프로 모닝빵을 반으로 갈라주세요! 한쪽 끝은 남겨두셔야 먹기가 편합니다~」
Step 2. 「반으로 가른 모닝빵 안에 돈까스(소스듬뿍), 샐러드, 피클 2개를 넣어주세요~」
그리고 마지막에 「완성! 완성된 돈까스버거! 맛있게 즐겨주세요~」로 끝납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Step 1의 「한쪽 끝은 남겨두셔야」가 실제로 제일 중요한 문장입니다. 모닝빵은 크기가 작고 결이 부드러워서, 완전히 두 쪽으로 자르면 속을 넣는 순간 윗장이 미끄러집니다. 한쪽을 붙여 두면 경첩처럼 움직여서 한 손으로 쥔 채 속을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만들어 보면 이 차이가 바로 느껴집니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이 버거를 만들려면 돈까스와 샐러드와 피클이 접시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보통 돈까스부터 다 썰어 먹고, 양배추샐러드는 중간중간 집어 먹고, 모닝빵은 맨 마지막에 손을 댑니다. 그 순서대로 가면 빵을 갈랐을 때 넣을 게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야 합니다. 저희는 돈까스를 썰기 시작할 때 한 조각을 미리 따로 빼두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소스가 흠뻑 묻은 조각으로 고르는 게 낫습니다. 안내지에도 굳이 「소스듬뿍」이라고 괄호를 쳐 놨는데, 빵이 워낙 담백해서 소스가 적으면 밍밍해지기 때문입니다. 샐러드도 드레싱이 묻은 쪽으로 한 젓가락 남겨 두면 됩니다.
피클을 두 개 넣으라고 지정해 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돈까스 소스는 단맛이 앞에 오는 계열이라, 빵 안에서 그 단맛을 끊어 줄 게 필요합니다. 하나만 넣으면 한 입에 몰려서 존재감이 없고, 세 개를 넣으면 시큼한 쪽으로 넘어갑니다. 두 개가 딱 맞았습니다. 실제로 만들어 보면 이게 왕돈까스의 부속이 아니라 그냥 미니 버거입니다.
매장 한쪽에 「셀프바 / Self Bar」 코너가 따로 있습니다. 안내판에 적힌 목록이 꽤 깁니다.
「물, 추가반찬, 앞접시, 수저, 포크, 나이프, 냅킨, 앞치마, 가위, 집게, 스프, 남은음식 포장용기는 셀프입니다.」 그리고 밑에 한 줄이 더 있습니다. 「밥이 부족하신 손님은 직원에게 말씀해 주세요.」
즉 스프와 장국, 반찬은 내가 가져다 먹고, 밥만 직원에게 말하는 구조입니다. 셀프바 쪽에는 전기 보온통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데 하나는 「장국」, 하나는 「고명」이라고 라벨이 붙어 있습니다. 그 옆에 스프 디스펜서가 두 대 있고, 국그릇과 앞접시가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셀프바 근처에 「스프는 포장이 안됩니다.」라는 안내가 따로 붙어 있고, 그 옆 작은 안내문에는 버려지는 스프가 많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습니다. 남은 음식 포장용기는 셀프로 가져다 쓸 수 있게 해 두면서, 스프만은 선을 그어 둔 겁니다.

| 셀프로 가져오는 것 | 물 · 추가반찬 · 앞접시 · 수저 · 포크 · 나이프 · 냅킨 · 앞치마 · 가위 · 집게 · 스프 · 포장용기 |
| 직원에게 말하는 것 | 밥 추가 |
| 안 되는 것 | 스프 포장 (별도 안내 부착) |
자리에 앉으면 반찬 네 가지가 깔립니다. 단무지, 배추김치, 장국, 크림스프입니다. 이 조합이 이 집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김치와 단무지는 한식 쪽이고, 크림스프는 옛날 경양식집 쪽입니다.
크림스프는 걸쭉한 편이고 위에 후추가 뿌려져 나옵니다. 식전에 먼저 비우는 용도라 뜨거울 때 떠먹는 게 낫습니다. 이걸 돈까스와 같이 두면 끝까지 안 줄어듭니다. 소스가 이미 진해서 크림 계열이 뒤에 오면 무겁기 때문입니다.
장국은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맑은 간장 국물에 쪽파와 어묵, 홍고추가 들어가는데, 여기에 셀프바의 「고명」 통에서 튀김 부스러기를 퍼 넣습니다. 국물 표면이 안 보일 만큼 넉넉히 넣는 게 이 집 방식으로 보였습니다. 부스러기가 국물을 빨아들이면서 눅눅해지는데, 그 눅눅한 식감이 튀김옷을 계속 먹느라 뻑뻑해진 입을 풀어 줍니다.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크림스프는 음식 나오기 전에, 장국은 돈까스 중반부터. 둘을 동시에 놓고 번갈아 먹으면 둘 다 애매해집니다.

이날 셋이 가서 옛날돈까스 두 개와 모듬돈까스정식 하나를 시켰습니다. 먼저 옛날돈까스입니다.
왕돈까스라는 이름값은 합니다. 타원형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고기 한 장이 접시 폭을 거의 다 채웁니다. 브랜드 쪽에서는 지름 25cm 크기를 내세우고 있고, 실제로 밥과 샐러드가 접시 가장자리로 밀려나 있는 걸 보면 과장은 아닙니다.
튀김옷은 굵은 빵가루를 쓴 거친 결입니다. 얇고 바삭한 일식 돈카츠 쪽이 아니라, 튀김옷이 두툼하게 부풀어 소스를 잘 붙잡는 옛날식입니다. 그래서 소스도 조금 얹는 게 아니라 고기 전체를 덮을 만큼 부어 나옵니다. 사진을 보면 고기가 보이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소스는 데미글라스 계열인데 단맛이 앞에 서고 뒤에 약간의 신맛이 남습니다. 진하기 때문에 한 접시를 끝까지 소스만 찍어 먹으면 후반에 물립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장국, 그리고 단무지와 김치가 실제로 일을 합니다. 이 집 반찬은 구색이 아니라 필요해서 있는 쪽입니다.
밥은 흑미가 섞인 잡곡밥이 주먹밥처럼 동그랗게 담겨 나옵니다. 양은 많지 않은데, 애초에 이 접시는 밥으로 배를 채우는 구성이 아닙니다. 부족하면 직원에게 말하면 됩니다.

모듬돈까스정식은 접시 구성이 다릅니다. 데미글라스 소스를 끼얹은 돈까스 두 조각과, 타르타르 소스를 올린 생선까스가 한 접시에 같이 올라옵니다. 나머지 곁들이(흑미밥·양배추샐러드·단무지·피클·모닝빵·딸기잼)는 옛날돈까스와 같습니다.
이 접시의 의미는 소스가 두 종류가 된다는 데 있습니다. 옛날돈까스 한 접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한 갈색 소스 하나로 갑니다. 모듬은 중간에 흰 타르타르 쪽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 입이 한 번 리셋됩니다. 타르타르는 피클이 씹히는 굵은 입자형이고 신맛이 뚜렷해서, 데미글라스의 단맛 뒤에 오면 대비가 큽니다.
생선까스는 튀김옷 결이 돈까스와 같은 계열이지만 살이 얇게 펴져 있어 씹는 저항이 훨씬 덜합니다. 돈까스 두 조각을 먹고 나서 생선까스로 넘어가면 후반이 가벼워집니다. 반대로 생선까스를 먼저 먹어 버리면 남은 구간이 전부 무거운 쪽이라 손해입니다.


이날 저희가 시킨 대로 말씀드리면, 옛날돈까스 두 개 + 모듬돈까스정식 하나가 셋일 때 균형이 좋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모듬을 하나 섞어 두면 타르타르 소스가 테이블에 생기기 때문입니다. 각자 자기 접시를 먹다가 중간에 흰 소스를 한 번씩 쓰면 세 사람 다 후반이 편해집니다. 반대로 셋 다 옛날돈까스로 통일하면 테이블 전체가 같은 소스 하나로 끝까지 갑니다.
| 처음 왔다 / 혼자다 | 옛날돈까스. 이 집 간판이고, 크기와 소스가 이 브랜드의 성격을 한 접시에 다 보여줍니다 |
| 한 접시로 여러 맛 | 모듬돈까스정식. 데미글라스와 타르타르가 한 접시에 같이 옵니다 |
| 둘 이상이면 | 모듬을 최소 하나 섞기. 소스가 두 종류가 되면서 테이블 전체의 후반이 달라집니다 |
| 아이와 함께 | 모닝빵 버거를 아이 몫으로 남겨 두면 마지막에 할 일이 하나 생깁니다 |

이름과 「옛날돈까스」라는 메뉴명 때문에 오래된 가게를 떠올리기 쉬운데, 매장 자체는 정반대입니다. 원목 테이블과 원목 의자, 노출 콘크리트 바닥에 벽은 흰색으로 정리돼 있고, 조명도 매입등입니다.
벽면에는 재료 사진과 「Fresh & Healthy」, 포장·배달 가능 안내 같은 브랜드 배너가 걸려 있습니다.
주문은 테이블마다 놓인 오더기로 합니다. 테이블 안내지에 이용 순서가 세 단계로 적혀 있는데, ①빈자리에 앉기 ②테이블에 배치된 오더기로 주문 & 결제하기 ③셀프바 이용하기 순입니다. 즉 자리에 앉아서 선결제까지 끝내고 나머지는 셀프바에서 각자 챙기는 방식입니다. 직원을 부를 일이 사실상 밥 추가할 때뿐입니다.
저희가 간 시각은 오픈 직후인 오전 11시 20분쯤이었습니다. 자리는 여유가 있었고, 반찬을 세팅한 사진과 음식이 나온 사진 사이가 3분입니다. 오전에 가면 기다림이 거의 없다는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점심 피크와 주말은 저희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앞에서 미뤄 둔 벽면 문구를 마저 보겠습니다. 「모닝빵 맛있게 먹기」 안내지 위쪽, 흰 벽에 검은 글씨와 붉은 글씨로 가게 내력이 적혀 있습니다. 요약하지 않고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로고에도 「金花 since 1983」이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이 내용은 제가 확인한 것이 아니라 매장 벽에 가게가 적어 둔 문구라는 점은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다만 이걸 읽고 나면 접시 위 구성이 조금 다르게 보이긴 합니다. 크림스프, 모닝빵, 굵은 빵가루 튀김옷, 접시 밖으로 나갈 듯한 크기는 전부 80년대 경양식집의 문법이고, 그걸 지금 매장에서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첫째, 소스가 많습니다. 튀김옷을 소스로 덮어 내는 방식이라 바삭한 식감을 기대하고 가면 어긋납니다. 튀김옷이 소스를 빨아들여 눅진해진 상태가 이 집의 기본값입니다. 바삭함을 원하시면 소스가 덜 닿은 가장자리부터 드시는 편이 낫고, 애초에 얇고 바삭한 일식 돈카츠를 찾는 분이라면 다른 종류의 가게를 가시는 게 맞습니다.
둘째, 스프는 포장이 안 됩니다. 셀프바에서 무한정 떠먹을 수 있고 남은 음식 포장용기까지 셀프로 놓여 있다 보니, 스프도 담아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별도 안내로 막아 두었습니다. 매장에서 마실 만큼만 뜨는 게 맞습니다.
셋째, 오더기 선결제 방식이라 앉자마자 메뉴를 정해야 합니다. 메뉴를 천천히 보면서 직원과 상의하는 흐름은 아닙니다. 처음 가는 분이라면 자리에 앉기 전에 벽면 메뉴 사진을 한 번 보고 앉으시는 게 편합니다.
넷째, 맛에 대한 제 평가는 기본 이상입니다. 이 가게를 오늘 김포에서 제일 잘하는 돈까스집이라고 말할 근거는 저에게 없습니다. 다만 크기와 구성, 셀프바까지 포함해서 한 끼로 아쉬울 게 없었고, 다른 지점에서 먹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프랜차이즈에서 이 정도로 편차가 안 나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모닝빵 버거, 정말 그렇게 먹는 게 맞나요?
네. 제가 만든 방법이 아니라 매장 벽에 가게가 붙여 둔 안내입니다. 나이프로 빵을 반 가르되 한쪽 끝은 붙여 두고, 소스 묻은 돈까스 한 조각과 샐러드, 피클 두 개를 넣으라고 적혀 있습니다.
스프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나요?
셀프바에 디스펜서가 있어 직접 떠 오는 방식입니다. 다만 포장은 안 된다는 안내가 따로 붙어 있고, 남기는 양이 많다는 취지의 문구도 있으니 먹을 만큼만 뜨시는 게 좋겠습니다.
밥이 모자라면 어떻게 하나요?
셀프바 안내판에 「밥이 부족하신 손님은 직원에게 말씀해 주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밥만 셀프가 아니라 직원 요청 항목입니다. 추가 조건이 따로 적혀 있지는 않았습니다.
모닝빵도 더 받을 수 있나요?
이건 저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안내판에 적힌 셀프 항목에는 빵이 없고 「추가반찬」만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매장에 직접 물어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아이와 가도 괜찮을까요?
테이블 간격이 넓고 유아용 의자가 있습니다. 돈까스는 미리 썰어 나오지 않으니 잘라 줄 일은 생기고, 대신 마지막에 모닝빵 버거 만들기를 넘겨 주면 아이가 할 일이 하나 생깁니다.
포장도 되나요?
매장에 포장·배달 안내 배너가 걸려 있고, 브랜드 메뉴 안내에도 전 메뉴 테이크아웃 표기가 있습니다. 다만 스프는 예외입니다.
| 상호 | 금화왕돈까스 김포양촌점 |
| 주소 | 경기 김포시 양촌읍 양곡우회로 91 1층 |
| 전화 | 031-998-4890 |
| 영업시간 | 매일 11:00 ~ 21:00 (라스트오더 20:20) |
| 주차 | 건물 앞·뒤 주차장 |
| 주문·결제 | 테이블 오더기 선결제 · 셀프바 운영 |
| 참고 가격 | 옛날돈까스 9,900원 · 모듬돈까스정식 14,900원 (매운돈까스 9,900원) — 아래 기준 참고 |
| 이날 주문 | 옛날돈까스 2 + 모듬돈까스정식 1 |
| 방문일 | 2026년 9월 2일(수) 오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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